Page 49 - 월간붓다 2018년 04월호 (Vol 362호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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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간불교의 청사진(19)



               만 아니라 보통 사람에게는 풀기 힘든 수수께끼와 같다. 부처님께서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었다
               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 수수께끼에 담긴 진리를 풀었다는 것이다. 불교의 교의가 바로 여기에
               있다. ‘생’과 ‘사’, 이 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오늘날 인간불교가 할 일이다. 생生은 기르고 가
               르치는 것이며, 사死는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.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47
                 중국의 혼례나 장례 풍습은 지방마다 서로 다르다. 그런데도 모두 고치려 하지 않는다. 사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간 붓 다 월
               수많은 풍습은 모두 인위적이다. 지리, 풍수, 길일 등은 모두 미신이다. 여기에 지나치게 집착
              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. 길일을 택해 이 날 아니면 안 된다고 하며, 날짜가 안 좋으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4 월 호
               길하지 않다고 퇴짜를 놓는다.
                 세상에 꼭 그날이어야 하는 법이 어디 있는가? 타이완이 낮이면 미국은 한밤중이다. 또 지리
               적으로 반드시 동쪽을 바라봐야 된다거나 북쪽에 앉아 남쪽을 바라봐야 한다고 한다. 사실 허
               공에는 방위가 없다.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다면 상대방의 오른쪽이 나의 왼쪽이고, 나의 전방
               이 상대방의 후방이 되는데 어디가 좌左고 어디가 우右란 말인가! 또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
               란 말인가!

                 『선생경善生經』에서 부처님께서는 선재동자에게 방위에 예배禮拜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. 방
               위는 우리 마음속에 있지, 허공에 있는 것이 아니다. 우리가 예배해야 하는 방향으로 부모는 동
               쪽, 스승은 남쪽, 친구는 북쪽, 동복(童僕: 사내 중)은 아래쪽, 사문은 위쪽으로 삼는다.
                 허공은 일단 정해지면 변하지 않는 방위가 아니다. 끝없는 시공 가운데 우리들의 진실한 생
               명이 머물지 않는 곳은 없다. 자신의 진여자성을 깨닫고 직접 체득하면 당신의 본심은 허공에
               가득차고 법계에 꽉 차며 시방세계에 걸쳐 있고 삼세에 통해 있어 무한한 시공과 하나가 된다.
               그러므로 방위는 허공이 아닌 우리 마음속에 존재한다.
                 사람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사물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에게 유리한 쪽
               으로 억측하여 말을 만들고, 심지어 그것에 미혹되어 믿어버림으로써 신권神權에게 조종당하기
               쉽다. 불교에서는 ‘사람은 누구나 불성을 가지고 있다’고 말한다. 이 말은, 사람은 누구나 주권
               을 가지고 있으며, 자신이 스스로를 주도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는 말이다. 지리, 풍
               수도 물론 나름대로의 원리를 가지고 있겠지만, 그것이 진리라고 할 수는 없다. 그러므로 불교
               에서는 시간과 지리에 집착하는 것을 반대함은 물론, 맹신하지 말고 신권의 조종에서 벗어날 것
               을 강조한다. 시간을 맹신하고 지리에 집착하지 않아도 불교의 ‘날마다 좋은 날이고 곳곳마다

               좋은 곳이다’라는 말처럼 마음만 좋게 가지면 어느 때, 어디서나 항상 좋을 것이다. 그러므로 정
               성된 마음이 허례허식보다 중요하다.


                 17. 자연관自然觀 : 환보지도環保之道
                 ‘자연’은 세간의 실제 모습이다. 봄·여름·가을·겨울 사계절이 순환하고, 중생이 나고 늙고
               병들고 죽는 것 안에서 윤회하고, 마음이 생기고 머물고 변화하고 소멸하면서(生住異滅) 변화하
               고, 물질이 생성되고 머물고 파괴되고 사라지면서(成住壞空) 변화하는 것 등이 모두 자연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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