Page 34 - 월간붓다 2020년 1월호 (Vol 383호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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꼭 읽어야 할 『화엄경』 (1)
담』을 활용하여 『화엄경』의 세계에 쉽게 그리고 제대로 다가갈 수 있도록
안내를 시작한다.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필자 나름의 사연이 있다.
2.
2019년 봄에 파주 광탄면에 위치한 고령산 보광사의 ‘일요경전법회’ 강
사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. 이 절은 신라 때에 창건된 사찰로 유구한 역사
를 가지고 있다. 필자는 1979년 보광사를 간 적이 있는데, 가게 된 이유가
지금 생각해보아도 참으로 기가 막힌다. 보광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
교구 봉선사 말사인데, 이 절에 웬 괴한이 들어 절을 접수하려 한다는 것
이다. 당시 필자는 봉선사 월운 강백 회상에서 몇몇 스님들 틈에 끼어 당
나라 규봉 종밀 스님의 『원각경대소』를 청강하고 있었다. 강사 스님을 비
롯해서 배우는 학인 스님들이 그 절로 가서 경을 보았다. 괴한을 막는데
장엄이라도 해 달라는 그 절 주지 스님의 간청이 있었던 듯했다.
40년 만에 다시 보광사를 가니 만감이 교차했다. “산천의구란 말 옛 시
인의 허사로고”가 빈 말이 아니었다. 본 절은 물론 사내 암자인 수구암도
달라졌고, 영묘암도 달라졌고, 도솔암은 형편없이 쇄락했다. 납골당만 반
질반질 할 뿐, 모든 곳은 지나가는 나그네의 ‘솜씨’ 탓에 까칠했다. 당시 기
억으로는 『안반수의경』 경판도 있었는데 행방을 아는 사람 하나 없고, 나
무로 깍은 네 마리 사자가 떠받치는 어산상도 보이질 않는다. 대웅전의 주
불主佛은 비로자나불로 기억되는 데, 석가모니불이라는 명패가 붙어있다.
주련은 네 짝 중, 가운데 두 짝 ‘의정장엄상호수依正莊嚴相好殊’와 ‘구경천중
등보좌究竟天中登寶座’만 남아있다. 그나마 아래쪽은 세월의 풍상에 글씨도
안 보인다. 풍경은 다 떨어져 바람 길이 훤하니 제행무상 그 자체였다.
그나저나 재가불자들의 제자 훈련을 다지는 게 내 임무였다. 부처님께
올리는 불공의 내용과 운곡韻曲을 지도하면서, 겸하여 교리공부를 시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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송주성을 비롯하여 거불성, 헌좌게성, 가영성, 탄백성, 예참 등을 우리말
꼭
읽어야
로 하게 했다. 교리공부를 위해 『원각경』을 독송하며 본문에 등장하는 불
교 용어 및 각종 이론을 소개했다. 『원각경』은 12분의 보살이 등장하여 부
할
화엄경